THEATER GROUP BEOKSUGOL
1986
85년 11월 경, 그때까지 사용해 오던 극협과 극단의 사무실 겸 연습실인 수천당 건물의 철거가 시작되어 급히 이사를 해야 할 상황이 찾아왔다.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터라 당시 시청 공무원이었던 단원 허동진의 정보로 당시 비어 있던 중앙동 상가아파트 지하로 협회와 극단의 짐들을 옮겨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이랄까 온갖 잡동사니에 먼지를 뒤집어 쓴 그 지하 창고가 극단이 꿈꾸던 연극전용공간으로 탈바꿈 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그 곳에 온 후 장현 대표를 위시한 단원들은 그곳을 극장으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판단 하에 그 의지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소극장 개관의 꿈은 창단 이후 끊임없이 실행하려던 장현 대표와 단원들의 소망이었다. 그러나 시 소유의 공간으로 재량권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재정적 뒷받침 없이는 안 되는 일이었기에 주저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시 YMCA중등교사협의회에서 개최하려던 ‘청소년예술제’에 통영여고 연극반을 지도 연출하여 참가하려던 벅수골은 당시 학교 측의 반대로 공연이 무산되자 연극을 준비해 온 연극반 학생들의 뜻을 모아 ‘벅수골 청소년극단’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상가아파트 지하창고에서 공연을 하기로 함과 동시에 미흡하지만 소극장 개관식도 함께 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텅 빈 공간에 의자를 깔고 조명기 몇 대를 밝혀 조촐히 개관식을 거행 하였으니, 그때가 1986년 5월 23일이었다. 개관식을 마치고 이 공간에서의 첫 공연인 윤대성 작, 장창석 연출의 <방황하는 별들>이 벅수골 청소년극단에 의해 공연되었는데, 이로부터 벅수골소극장은 그렇게 탄생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벅수골청소년극단은 통영여자고등학교 학생들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극단벅수골의 지도를 받아 최용재, 임정숙 등이 향후 벅수골의 연극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공연은 학생들이 출연한 극 이었지만 연출가 장창석의 연출기량이 돋보였던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렇게 문을 연 소극장을 더욱 정비하여 삼면 객석의 무대를 꾸민 벅수골은 그해 6월, 극단이 제작한 성인극 작품으로 다시 개관기념공연을 올리게 된다.
6월21일부터 25일까지 총 7회의 공연을 올린 이근삼 작, 엄경환 연출의 뮤지컬<꿈먹고 물마시고>가 그것이었다. 음악가 윤용우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라이브 뮤지컬로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공연이었지만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공연이었다. 이 공연을 연습해 오던 연기자 허동진은 극단 창단멤버로 시청 문화예술과 공무원이었는데 시 소유였던 장소에 극단 벅수골이 임의대로 소극장을 개관하자 상급자가 출연을 못하게 하여 실제 공연에서는 무대에 설 수 없었다. 그래서 원래 연우무대 연기자이기도 했던 연출가 엄경환이 그 역할을 대신 연기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동진에게는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칠 기억이 아닐 수 없었다. 출연에 허동진, 양은미, 문인숙이며, 기획 장현, 무대감독 장창석, 안무 채갑선, 조명 박승규, 장치 지태호, 소품 김종돌, 피아노 윤용우 등이 참여했다.
어찌 되었든 벅수골소극장의 개관은 그간 전용소극장이 없던 통영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며, 통영연극사의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19세기 말 서구유럽의 소극장 운동은 새로운 연극을 이끌어 내었고,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의 사실주의 연극의 태동, 아일랜드 소극장 운동, 20세기 초의 미국소극장 운동 등 연극예술이 발전한 세계 각국의 연극예술의 중심은 소극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30년대 극예술연구회를 비롯한 소극장 운동과 이후 실험극장, 자유극장, 아룽구지, 산울림, 가마골 등 수많은 소극장에서의 창작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로 뻗어나갔다. 소극장은 창작의 산실이며, 컨텐츠의 보고(寶庫)요, 연극을 발전시키고 활성화 시키는 인큐베이트라 아니 할 수 없다.
벅수골이 소극장을 확보함으로써 작품의 질적 향상은 물론 실험과 전문성 확보에 교두보가 되었다. 불가능하다는 대표와 단원들의 생각을 바꾸어 가며 벅수골 소극장이 제 모양을 갖추어 탄생할 수 있도록 공헌 한 이는 건축가 출신인 장창석 현 대표였다.
소극장을 개관한 극단은 다양한 작품을 통영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서울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극단들을 초청하여 개관 축하 페스티벌을 개최하기에 이른다.
10월3일부터 10월 25까지 막을 올린 벅수골소극장 개관 기념 축제인 '10월 연극축제'가 그것이다. 서울 2개극단, 부산 1개극단 그리고 극단 자체 작품이 연이어 공연되는 첫 시도였다.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의 장희용 모노드라마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오뚜기(오태석 작)>와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극단매호의 김성구 마임극 <매호씨 거기서 뭐하는거요(김성구 작/연출)>,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 극단부두의 테렌스 맥렐리 작, 이성규 연출의 <그다음(NEXT)>이 참여하여 각각 공연하였다. 이는 소극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이러한 연극축제는 관객개발은 물론 벅수골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쳐 질 높은 공연물 제작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벅수골에 경천동지할 비보가 날아든다. 11월 13일 극단부두의 공연을 마치고 귀가한 장현 대표가 다음날 새벽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43세의 나이로 타계하고 말았다. '10월연극축제'의 벅수골 공연을 남겨 둔 채, 더구나 그의 연극적 재능과 열정이 불타오르려 할 때 안타깝게 세상을 뜨게 되어 많은 향토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통영연극인 장으로 보낸 대표의 죽음으로 백야의 시간을 보내더 단원들은 10월 25일부터 31일까지 축제를 위해 연습해 온 샤무엘 베케트 작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으로 대표의 죽음을 추모하고 '10월 연극축제'의 막을 내린다. 장창석, 이상철, 박승규, 김종돌, 이훈동이 출연한 이 작품은 '10월 연극축제'의 일환으로 연기자인 이상철이 연출하여 온 작품이나 대표의 죽음 앞에 헌작(獻作)하여 이 작품이 장현 대표의 유작이 되었다. 무대감독 허동진, 장치 지태호, 사진 하경철, 섭외 김숙자, 진행 구석봉, 문인숙이 함께 했다.
1986년 11월 1일, 극단벅수골은 한편으로는 대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기구개편을 단행, 장현의 바로 아래동생인 장영석을 대표로 추대하고, 둘째동생 장창석을 상임연출자 겸 벅수골소극장 극장장으로 역할 분담하여 허동진, 이상철, 박승규 등과 함께 의기소침해진 분위기를 바꿔 나가며 작품 연습에 매진하였다. 아울러 연극협회 지부장에는 3대지부장을 역임했던 희곡작가 강수성씨를 재추대하였다.
새로운 체제를 갖춘 극단벅수골은 그해 12월 13일부터 8일간 뮤지컬 <환타스틱(톰 존스 작, 장영석 연출)>을 벅수골소극장에서 재공연하여 장현의 죽음 이후에도 그 건재함을 알렸다. 박승규, 엄경옥 주연에 장창석, 허동진, 이교탁, 지효자, 김옥중, 김금택이 출연하고, 기획 장영석, 무감 이소원, 조명 김종돌, 효과 김가희, 진행 이강옥이 함께 했다.
이어 12월24일에는 극단마산의 <임금알(오태석 작, 현태영 연출)>을 초청하여 벅수골소극장에서 26일까지 공연했다.
한편 12월 23일 태평천주교 강당에서 공연된 <방황하는 별들(윤대성 작)>은 장창석이 천주교 학생회원들을 지도하여 연출한 작품이었다. 이후 벅수골은 적어도 1년에 한두 번씩은 대학극 및 청소년극 공연의 연출과 연기지도 그리고 무대, 조명, 분장, 음악(음향) 등을 제공해 나간다. 이를 통해 연극 만들기를 체험한 학생들이 졸업 후 극단 활동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여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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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이듬해인 87년 4월23일엔 그간 대학극 및 청소년극 지도∙연출을 꾸준히 해 온 장창석은 85년에 이어 통영수산전문대학 극예술연구회의 공연 <달팽이들의 연극(장범순 작)>을 연출하였다. 당시 대학∙청소년극의 지도는 후진 양성과 연극의 교육적 기능의 실천이라는 두 가지 목표로 진행되었다.
6월5일, 벅수골은 제2회 남망예술제 참가작으로 S.므로체코 작, 장창석 연출의 <스트립티스>를 15일까지 공연하였다. 허동진, 박승규, 이동근이 출연하고, 이교탁, 김종돌, 정태식, 최미희, 문인숙, 장성애, 엄경옥, 김숙자가 스텝으로 참가했다.
7월 29일에는 통영수대 그룹사운드인 'G.S.해저터널' 을 초청하여 벅수골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가졌는데, 벅수골 단원인 박승규가 김민기의 '아침이슬'로 만든 짧은 노래극으로 찬조 출연하였다. 기타로 노래한 '아침이슬'과 '군화' 그리고 가수와 관객의 시선이 오브제로 작용한 간단한 노래극이었지만 당시 6월항쟁의 여운이 남아있던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어 8월29일부터 9월 6일까지 하경철, 장창석, 허동진, 이상철, 정태식, 엄경옥, 박승규 등이 출연한 <정신병원에간 햄릿(장범순 작)>을 이상철이 연출하여 벅수골소극장에서 공연했다. 이교탁, 김종돌, 효과 이동근, 의상 문인숙, 분장 최미희, 디자인 박유형, 진행 지효자, 김숙자 등이 스텝으로 참여했다. 이 공연의 홍보물 디자인 및 제작으로 참여한 박유형(본명 박우근)이 이때 현재 극단 벅수골이 사용하는 벅수골 고유 로고를 만들어 낸다.
10월13일부터 18일까지는 제7회 통영예술제 출품작으로 윤대성작, 장창석 연출의 <방황하는 별들>이 벅수골소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8회의 공연으로 벅수골소극장 사상 한 공연 최대 관객이 관람하였다. 방황기 청소년들의 이야기인 이 공연에는 신인들을 대거 출연시켜 당시 유행하던 춤과 노래로 특히 청소년 관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었었다.
이어 12월24일 장창석은 천주교학생회 회원들이 출연한 성탄극 <조각사의 십자가(김성수작)>를 연출하여 태평천주교회 학생회관에서 공연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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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1988년 1월7일 극단벅수골은 극단마산의 <위기의 여자(S.보봐르 작, 현태영 연출)>를 초청 공연했고, 1월20일에는 충무실내체육관 개관기념으로 장현 작, 장창석 연출의 <해평열녀>를 당시 충렬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을 출연시켜 개관 축하 행사로 공연했다.
한편 4월1일 마산완월강당에서 열린 제6회 경남연극제에 극단 벅수골은 강수성 작, 장창석 연출의 <떠나는 사람들>을 공연하여 희곡상을 수상하였다. 희곡작가 강수성은 당시 극협지부장이었으며, 이 작품은 197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소리> 이후 두 번째로 무대화 되는 그의 작품이었다. 허동진, 박승규, 유용문, 김정란, 이숙희가 출연했고, 무대감독 장영석, 장치 지태호, 분장 이교탁, 음향 하경철, 의상 엄경옥, 소품 최용재, 조명 김종돌, 미술 장치길이 함께 했다. 이때 무대디자인과 제작을 맡은 미술가 장치길은 이후 벅수골 무대미술로 협력해 나간다.
5월6,7일에는 마산의 극단 어릿광대를 초청하여 천영형의 모노드라마 <장돌뱅이(신맹식 작, 박낙원 연출)>를 벅수골소극장에서 공연했다.
이후 벅수골은 9월1일부터 10일 동안 <차이코프스키의 변주곡(곽노홍 작, 장창석 연출)>을 공연하였는데, 연출가 장창석은 서사극류의 작품을 통영에서는 처음으로 공연하여 연극연출의 장르를 확대시키는 시도를 하였다. 허동진, 박승규, 유용문, 임정숙, 최용재가 출연하고, 스텝으로는 무대감독 이소원, 장치 지태호, 미술 장치길, 조명 김종돌, 음향 최운용, 분장 김정란, 의상 김미경, 소품 김정란, 진행 조미옥, 기획에 장영석이었다.
10월29일부터 11월 6일까지 <2박3일(남정희 작, 장창석 연출)>이 허동진, 최운용, 최용재, 임정숙이 출연하여 벅수골소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장영석, 박승규, 유용문, 장치길, 최미희, 엄경옥, 조미옥, 김정란, 김미경 등이 스텝으로 참여했다.
이후 11월 23일, 장창석이 지도 연출한 <아버지께 돌아오다(에르마 작)>가 충무 태평성결교회 학생회원들이 출여하여 추수감사 기념으로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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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1989년 1월에는 강수성 극협지부장의 임기만료에 따라 후임으로 장영석이 선출되어 통영연극협회를 이끌게 되었으며, 장창석이 극단벅수골 대표로 추대된다.
새로운 체제로 1989년을 맞이한 벅수골은 2월 18일 극단마산의 아동극 <잠자는 숲속의 공주(김태성 작, 문종근 연출)>를 초청하여 소극장에서 공연했다. 85년도 이후 처음으로 초청한 아동극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지역 아동들을 위한 기획이었다.
2월25일부터는 장창석이 연출하고 이상철, 최운용이 출연한 <돼지들의 산책(김용락 작)>을 3월 5일까지 벅수골소극장에서 정기 공연했다. 허동진, 장치길, 박승규, 최용재, 임정숙, 김정란, 조미옥, 장영석 스텝으로 참여했다.
4월 17일에는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7회 경남연극제에 이강백 작, 장창석 연출의 <파수꾼>이 참가하였다. 박승규, 유용문, 허동진이 출연한 이 공연은 정치 우화극으로 당시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었다.
그 해 5월 6일 천주교태평교회 본당 승격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천주교 순교자 현양칸타타 공연이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있었는데, 칸타타에 삽입되었던 극인 <박해와 순교>를 장창석이 연출하고 박승규, 이교탁 등 벅수골 단원들이 출연하여 음악과 연극의 조화를 이끌어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합창이 위주인 칸타타 속에 삽입된 아주 짧은 극이었으나 박승규가 천주교 순교사화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하게 강화 각색하여 더욱 극적인 장면으로 연출해 내어 천주교인이 대부분인 관객들이 감격해 하였다.
이후 차기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인 8월 19, 20일 이틀간 극단오돌또기를 초청하여 아동극 <도깨비방망이(이반 작, 한중곤 연출)>를 벅수골소극장에서 공연했다.
9월9일부터 17일에는 오영진 작, 장창석 연출의 <사이코드라마>를 제9회 통영예술제출품작으로 공연하여 장창석씨의 연출기량을 마음껏 발휘한 작품이라는 관객평을 받기도 하였다. 박승규, 조미옥, 최용재가 출연하였다. 스텝으로는 이소원, 하경철, 허동진, 장치길, 유순천, 정만국, 양 현, 장말미가 함께 했다.
이후 벅수골은 경남도내(창원, 마산, 거창, 통영) 극단들이 통영에 모여 연극인들의 친선과 작품세계를 확대시키기 위한 '시월연극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10월 15일부터 28일까지 벅수골소극장에서 개최된 ’제1회 시월연극제‘는 96년 '10월 연극축제' 중 타계한 통영연극인 고 장현 벅수골 대표를 추모하는 추모식과 함께 참가 극단들의 공연들이 이어져 시민들에게 다양한 연극의 장르를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참가극단과 작품은 극단미소(창원) <돼지들의 산책(김용락 작, 천영형 연출), 10.15 ~16>, 극단 불씨촌(마산) <빨간 의미의 상실(강경윤 작, 연출), 10.17~20>, 극단부족(창원) <재기꾼(박효상 작, 이준인 연출), 10.21~22>, 극단벅수골(통영) <내가 잃어버린 당나귀(최인석 작, 장창석 연출), 10.23~26>, 극단입체(거창) <칠수와 만수(오종우 작, 이종일 연출), 10.27~28>, 등이다.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공연한 벅수골의 <내가 잃어버린 당나귀>에는 박승규, 하경철, 정만국이 출연하여 당시 '시월연극인'들이 주는 작품상과 연출상(장창석), 연기상(박승규)을 수상했다. 스텝진은 장영석, 허동진, 장치길, 최용재, 장말미, 조미옥이었다.
이어 12월 16일에는 <칼로 물베기(성준기 작, 장창석 연출 )>라는 작품을 공연하였는데, 허동진, 최운용, 조미옥이 출연하고 제작에 장영석, 미술 장치길, 분장 장말미, 무감 이교탁이 함께 했다.
12월24일에는 박승규가 태평천주교회학생회원들이 성탄기념극으로 공연한 <어둠속을 헤치는 사람들(안창호 작)>을 지도∙연출하였다. 이 시기 대부분 학생극을 지도할 때에는 연출은 물론 연기 지도, 스텝지원 등을 극단 단원들이 협력하여 진행했다.
앞의 성탄절 학생극 공연을 지도 했던 박승규는 그와 동시에 이듬해인 1990년 1월 9일 천주교학생회 연합으로 개최한 행사인 '제1회 아나빔(Anavim)'행사에서의 공연 <별빛 속에 서다(함수남 작)> 역시 연출하여 태평천주교회 강당에서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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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1990년도 공연 활동의 시작은 4월에 개최하는 경남연극제 출품작 <타인의 방(엄한얼 작, 장창석 연출)>을 연극제 출품에 앞서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벅수골 소극장에서 공연하면서 부터였다. 허동진, 박승규, 장말미, 최용재, 조미옥이 출연한 이 작품은 이어 4월 17일 진주문예회관에서 개최된 제8회 경남연극제에서 안정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최용재가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스텝은 제작에 장영석, 미술 장치길을 비롯하여 이교탁, 하경철, 김상영, 이동근, 유순천, 박갑덕, 이수경, 양현, 정만국이 함께 했다.
그해 9월에는 서울예술대학 극작가를 졸업하고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통영출신 극작가 이국민의 희곡 <화도>를 장창석이 연출하여 9월 12일 봉래극장에서 공연하였다. 출연진은 박승규, 하경철, 허동진이며, 스텝진은 지태호, 이교탁, 장치길, 배철효, 조미옥, 양 현, 장말미, 천현숙, 김채희였다. 이 작품은 10월10일 거창 입체소극장에서 열린 제2회 시월연극제와 11월 16일 마산에서 열린 제1회 마산소극장축제에도 참가하였다.
극작가 이국민의 등장은 통영출신의 극작가 유치진, 박재성, 주평, 강수성에 이어 그 맥이 끊이지 않아 지역 희곡 창작에 큰 힘을 보태게 되었다. 이후 강수성과 이국민의 창작 희곡은 벅수골에 의해 '지역작가 지역이야기'시리즈로 하나 둘 무대화 되어 나간다.
벅수골의 1990년도의 마지막 작품은 <참으세요 엄마(미건데리 작, 장창석 연출)>로 12월 26일 벅수골 소극장에서 공연하여 그 대미를 장식하였다. 이 작품은 극단 여성단원들인 김채희, 박갑덕, 장말미의 연기력 향상을 위한 워크샵으로 준비했던 것을 공연한 것이었다.
격동기로 분류된 이 시기는 소극장 개관의 기쁨도 잠시, 개관기념 연극축제 중에 벌어진 극단대표의 죽음이라는 청천벽력으로 의기소침한 시간을 보냈으나 쉼 없는 공연을 통해 관객과 만남으로서 이를 극복해 왔다.
5년간 18작품을 창작하고 150여회의 공연을 가진 것은 당시 지역 환경으로선 활발한 공연활동이었으며, 이는 소극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극단 활동에 참여하여 창작 활동에 활기를 불어 넣었는데, 특히 대학의 극예술연구회 활동과 청소년극을 경험한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대부분은 짧은 시간 활동하다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다. 그들 중 극단에 잔류한 일부는 연극을 전업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었다. 벅수골은 이들의 열정을 모아 전문연극 단체로 탈바꿈해 나갈 채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