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쌀통
작,김란이 l 연출,박승규
2012.03.25. 함안문화원ㅣ제30회 경남연극제
단체은상, 우수연기상 이규성
2012.05.28-29.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
2012.06.01. 동래문화회관ㅣ공연장상주단체
연출의도
오래되고 냄새 나 다들 가져가기 싫어하는 쌀이 든 빨간 쌀통. 극 속의 네 노인들은 이 쌀통을 누가 버렸는지 모른다. 다만 자신은 아니라며, 서로를 의심하고 탓하며 다툴 뿐. 그리고 뒤 이어 쌀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잘려진 아이의 손가락과 발 그리고 돈뭉치. 불안과 공포를 야기 시키는 것들에 대해서는 자신들에게 미칠 해가 염려되고 두려워 발뺌하고, 도리어 남을 의심하고 성토하기에 기를 쓴다. 바른 사고마저 괴이한 집단 논리 속으로 끌어 들여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 하고 있다. 그런데 황금만능 시대 욕망의 대상인 돈에 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눈에 불을 켠다. 인간성을 상실하면까지 돈을 챙기는 섬뜩함. 양심마저 내 던지며 욕망을 채우고 서로 부정에 눈감는다.
이 작품에는 일상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일상에서 벌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나 유사한 상황이나 일들은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널렸다. 조금은 억지스러울지 모르지만 네 노인의 선택을 향한 과정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과 닮아 있다. 네 노인들의 믿기지 않는 일상을 통해 이기적이고 위선적이며 비양심적인 세태를 풍자하는데 초점을 둔다. 스스로가 쉬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여 비인간적 행위로 귀결되는 것에 섬뜩하기도 하고 어쩌면 씁쓸한 웃음 지어질 것이다.
과연 쌀통은 누가 버렸을까?
‘누구나 살 수 있는 싸구려라... 누구나 쌀통의 주인이 될 수 있어. 그러니 우리는 범인이 아닌거라!’극중 박씨가 단정한다. 그 ‘누구나‘는 누구지?
작품줄거리
어느날 최씨네 집앞에 버려진 정체불명의 쌀통하나. 임자 없는 이 쌀통을 누가 치울 것 인지를 놓고 서로 티격태격, 최고연장자 최씨가 그 안에 담긴 쌀로 떡을 쪄 먹자며 제안을 하고 쌀을 말리기 위해 쏟아 붓는다. 그 안에서 쌀과 함께 말라 비틀어진 아이의 손가락이 나오면서 이웃간의 사투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