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의도

아! 봄날.

우리의 목소리와 몸짓은 생에 대한 절규인가? 형광등 불빛만 내리는 지하실의 연습장. 꽃샘추위에도 온몸을 걷어 차며 소주와 라면에 젖어- 질긴 몸뚱아리 부여안고 무엇을 찾아 이렇게 몸부림 치는가? 봄날의 나른한 이미지, 병든 가슴에 싹트는 사랑의 따뜻함, 청계산 산불이라는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상징, 막개의 사랑과 봄, 장남의 모성애, 자식들의 저항의식, 흙담위에서 허물벗는 구렁이에 대한 가해의식,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물아물 피어나는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혈연적 관계, 풍요와 불모, 젊음과 늙음, 소유와 박탈, 봄 여름과 가을 겨울의 대비와 순환. 이를 종녀설화를 통해 우화적인 표현으로 무대에 구체화 시킨다. 봄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지나간 무대장치의 합판과 각목의 조각만 쌓이고... 배부른 자는 떡 한조각 더 얻기위해 강도질하고, 강도질도 못하는 굶주린 자는 영영 굶주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가 서둘러 닿는 곳은 어디인지 모르겠는데 아직 뿌리끼리 못만나는 소리만 들리고 우리의 머슴이 되지 않으면 우리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그 평범한 진리도 잊으려고 애써는 듯 살아가는 사회. 마주잡은 손과 손을 갈라 놓은 찬바람. 꿈에까지 흉측한 이빨자국 찍고 가는 찬바람에도 씨뿌린자가 열매 거둘 날을 기대하면서...

작품줄거리

어느 나른한 봄날, 아버지가 읍내 장에 가고 없는 동안 장남과 병약한 막내를 제외한 네 아들들은, 일만 많이 시키고 아무 것도 주지 않는 아버지의 인색함에 대해 불평하면서 담장 위의 구렁이를 잡아먹을 생각과 청계산의 불구경 등으로 나른한 봄날을 즐긴다. 청계산의 스님들이 불을 피해 하산하면서 동녀(童女)를 남기고 가자 막내는 그를 좋아하지만, 아버지는 그를 회춘의 목적으로 가로챈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쌓인 끝에 네 아들은 아버지를 속이고 아버지의 돈을 훔쳐 가출해 버린다. 뒤늦게 아버지는 화해를 구하며 동녀를 막내와 결혼시켜 주고는 집을 나간 아들들을 그리워한다.